-
영업맨의 하루#20 평범한 삶의 위대함
-
작성일 2025-03-20 10:20 조회 538
작성자
토토닷
본문
넷플릭스 ‘ 폭삭 속았수다 ’ 를 봤어 . 보는 내내 울고 웃었지 . 아내도 마찬가지 . 둘이 힘들게 지냈던 시절이 떠올랐고 , 무엇보다 없는 살림에도 자식들 뒷바라지에 등이 휘었던 , 이젠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 때문이었어 .
오래전 , 아내가 부산 동래에 용하다는 철학관 다녀온 얘기를 내게 한 적 있었어 . 당시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조그만 사업체를 막 시작하려는 참이었지 . 잘 다니던 직장 때려치고 사업이란 걸 한다니 내내 안색이 어두웠던 아내는 그날따라 싱글벙글 웃으며 얘기하는 거야 .
‘ 대운이 들었다 .’
철학관 관장인지 점쟁인지 하는 분이 나의 사주를 보고 단박에 그리 얘기했다더군 . 직장 그만두고 사업을 한다니 아내는 걱정이 얼마나 많았겠어 . 평소 점 보러 다니는 여인들을 할 일 없어 그런다 , 그리 자존감이 없냐며 흉보던 여인이었거던 .
그 말 듣고 나 역시 솔깃했어 .
‘ 정말 그럴까 ’
운이라곤 , 초등학교 소풍 보물찾기할 때 , 그 흔한 종이 쪼가리 하나 찾지 못했던 내게도 , 큰맘 먹고 산 로또 십만원치 , 그 흔한 5 천원 짜리 하나 찍지 못했던 내게도 운이란 게 찾아오는 걸까 , 그것도 ‘ 대운 ’ 이란 것이 .( 로또 십만원치 20 장 , 100 개를 적어 낸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란 걸 그때 알았어 . 다 마크하는데 아내와 둘이서 두 시간 정도 걸렸으니까 )
개뿔 , 스타트 한 그해도 다음 해도 , 10 여년이나 지난 지금도 대운은 고사하고 , 아직도 자금난에 허덕이고 근근이 메꾸며 아등바등 살지 . 월초엔 매출 걱정 , 월말이면 수금 걱정 , 뭐 마음 편한 날이 한달 중 얼마나 될까 .
그런데 말이야 , 요즘 나이 들어서인지 문득 그 철학관 관장인지 점쟁인지 하는 분의 말이 생각 나 , 그 ‘ 대운 ’ 이란 게 정말 오지 않았을까 ?
내게 큰 병이 올 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 대운이란 게 와서 그냥 지나가지 않았을까 ?
교통사고가 크게 나 생고생할 수 있었을 터인데 그 대운이란 게 와서 그냥 지나지 않았을까 ?
집에 불이 나 가족 중 누군가 크게 다칠 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 대운이란 게 와서 그냥 지나지 않았을까 ?
거래처에 큰돈을 떼일 수도 있었는데 그 여파로 바로 사업 접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 대운이란 게 와 그냥 지나진 않았을까 ?
극중 광식이와 애순이가 딸내미 유학 보내려 집 팔고 가게 계약을 접는 SCENE 이 내겐 남다르게 다가왔어 .
어린 시절, 내가 온전히 기억나는 장면이 몇 있어 . 고향 마을 앞 , 두 마지기 논을 판 날 저녁 , 아버지는 말없이 소주를 드셨고 어머님은 그냥 훌쩍이셨지 . 고작 다섯 마지기 논에 두 마지기씩이나 팔았으니 당연히 이듬해 소출은 그만큼 줄 것이니 막막하셨겠지 . 무엇보다 농부에게 논이란 자식같은 것이었거던 . 하지만 갓 대학 입학한 장남 등록금에 , 둘째 딸 시집보내려니 어쩔 수 없으셨겠지 . 논 팔고 소 팔아 대학 보낸 형님이 졸업을 앞두고 한쪽 시력을 잃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 .
지극히 평범한 삶을 산다는 장삼이사라 해서 살며 어디 크고 작은 사건 , 사고 없었겠어 . 놓고 싶다는 생각 , 다 포기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 없었겠어 . 하지만 그때마다 , 시시때때로 바가지 빡빡 긁다가도 어쩌다 벌이가 괜찮아 두둑한 봉투 주면 여우마냥 웃으며 등 두드려 주는 마누라 땜에 , 공부와는 담쌓고 맨말천날 친구들과 술 쳐 마시며 놀러다니다가도 어머님 돌아가신 날 위로랍시고 힘든 일 , 마다않고 나 대신 분주히 일해주던 아들인지 원수인지 하는 놈 땜에 나도 힘을 얻고 있었던 게 아닐까 . 당장 떼려치고 싶다가도 , 거래처 사장 면전에다 시원하게 욕 함 퍼붓고 거래를 끊고 싶다는 생각이 수없이 들다가도 다음날 베시시 웃으며 ‘ 사장님 반갑습니다 .’ 할 수 있는 것도 우리 부모님이 내게 그랬듯이 나 역시 아내가 , 자식 , 내 가족이 눈에 밟혀서이지 않을까 .
명품 옷이며 빽 하나 사주지 않아도 힘들 때 내 곁에 있어 주고 , 대충 키웠는데도 착하고 건강하게 커 준 것이야말로 크나큰 운, 내게 든 ‘ 대운 ’ 이라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들어.
세상은 몇몇 지도자 , 대단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공동체의 최고 작은 단위인 가족을 지켜서라 나는 생각해 . 그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한 사회를 그래도 살만하게 만든다고 여겨 . ‘ 폭삭 속았수다 ’ 를 보며 다섯 남매 건강하게 키워 준 부모님이 생각났어 . 또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는 이 시대의 가장들이 생각났어 . 지극히 평범함 당신들이야말로 실은 가장 위대한 사람들이 아닐까하고.
댓글목록 0
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.

텔레그램 고객센터


